글램핑 가는 날 아침에 비 예보를 봤어. 하루 종일 비래.
전화를 걸었다가 끊었어
한 달 전에 예약해둔 거였어. 친구랑 둘이.
날씨 앱을 보는데 종일 비 표시가 떠 있더라고. 텐트에서 비 맞으면서 뭘 하나 싶었지.
그래서 전화를 걸었어. 취소할 수 있는지 물어보려고.
신호가 세 번 갔을 때 끊었어.
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. 취소한다는 말은 알겠는데, 그다음에 "왜요?" 하고 물어보시면 비 때문이라고 어떻게 설명하지. 날씨 얘기까지 하려니 자신이 없었어.
그냥 갔어
말을 못 해서 결국 갔어. 이게 좀 웃긴 이유지.
가는 길에 비가 시작됐어. 도착했을 때는 제법 쏟아지더라.
체크인하면서 사장님이 우산을 빌려주셨어. "비 와서 어떡해요" 하시면서.
근데 좋았어
텐트 안에 앉아 있는데 지붕에 비 떨어지는 소리가 계속 났어.
그게 생각보다 좋더라고. 밖은 안개가 껴서 산이 반쯤 지워졌고, 사람이 거의 없어서 조용했어. 맑은 날이었으면 이런 건 못 봤겠지.
고기를 구워 먹는데 연기가 비에 눌려서 낮게 깔렸어. 친구가 사진을 몇 장 찍었는데 그날 사진이 제일 잘 나왔어.
돌아오는 길에 친구가 그러더라. 비 와서 오히려 기억에 남는다고.
그래도 전화하는 법은 배워뒀어
결과가 좋았던 거지, 잘한 건 아니잖아.
만약 그날 진짜 못 갈 사정이 생겼으면 말없이 안 갔을 거야. 그건 가게에 민폐거든. 자리를 비워두고 기다리셨을 테니까.
그래서 그 뒤로 문장을 외웠어. 생각보다 짧아.
이름이랑 날짜를 물어보면 그것만 답하면 돼. 이유는 안 물어봐. 나는 이유를 설명해야 하는 줄 알고 겁먹었던 거였어.
취소 말고 이것도 돼
나중에 알았는데, 날씨 때문이면 아예 취소할 필요가 없을 때도 있어.
날짜를 옮기는 거야. 가게도 손님을 안 잃으니까 대체로 잘해줘. 비 오는 날 야외 예약이면 먼저 물어봐도 이상하지 않아.
미리 확인해두면 좋은 것도 하나 있어.
| 내가 하려던 것 | 실제로 하면 되는 것 |
|---|---|
| 못 가면 그냥 안 가기 | 전화 한 통. 이름·날짜만 말하면 돼 |
| 이유를 설명해야 하나 | 안 물어봐. 취소한다고만 하면 돼 |
| 취소밖에 방법이 없나 | 날짜 변경이 되는 곳이 많아 |
얼마 뒤에 진짜 전화를 걸었어
그날은 운이 좋았던 거야. 비가 좋았을 뿐이지 잘한 건 아니었어.
한 달쯤 뒤에 진짜 못 가게 된 날이 생겼어. 이번엔 전화를 걸었지.
예약 취소하고 싶은데요 하니까 이름이랑 날짜만 물어보시더라. 그거 답하니까
"네, 취소해드렸어요" 하고 끝났어.
30초도 안 걸렸어. 한 달 전에 신호 세 번 듣고 끊었던 게 이거였는데.
지금은
야외 예약을 하면 취소 기준을 먼저 물어봐. 그거 하나 물어두면 마음이 편하더라.
비 예보가 뜨면 이제 일단 예약 변경돼요? 부터 물어봐. 날짜만 옮기면 되는
일이었는데 그때는 그 말을 몰랐지.
너는 여행 갔다가 비 만난 적 있어? 그날 사진은 아직도 가끔 꺼내 봐.



