드라마를 2년 봤는데, 그 2년이 한 번에 무너진 순간이 있었어.
자막은 다 brother였어
내가 본 드라마에서 여자애가 남자를 오빠라고 부르면 자막은 brother였어.
남자애가 남자를 형이라고 불러도 brother.
그래서 나는 둘이 같은 말인 줄 알았어. 발음만 다른 거라고.
한국인 친구 지훈이한테 처음으로 "형"이라고 불렀어. 나름 큰맘 먹고.
옆에 있던 세 명이 동시에 웃었어.
나는 여자였거든
지훈이가 웃으면서 알려줬어. 호칭은 듣는 사람이 아니라 말하는 내 성별로 갈린다고.
| 내가 생각한 것 | 실제 |
|---|---|
| 오빠 = 형 (같은 말) | 다른 말. 쓰는 사람이 달라 |
| 나이 많은 남자 = 오빠 | 내가 여자일 때만 |
| 나이 많은 남자 = 형 | 내가 남자일 때만 |
| 자막이 다 brother니까 아무거나 | 자막이 이 정보를 통째로 버린 거야 |
내가 남자면 형(남자에게)·누나(여자에게), 내가 여자면 오빠(남자에게)·언니(여자에게).
같은 사람을 두고도 내가 누구냐에 따라 부르는 말이 달라져. 지훈이는 나한테는 오빠고, 내 남자 친구한테는 형이야. 같은 사람인데.
근데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어
이건 웃고 넘어갔는데, 진짜 실수는 그다음이었어.
회사에서 만난 사람한테 처음부터 "오빠"라고 불렀거든. 나이가 많아 보여서.
공기가 좀 이상해졌어.
나중에 들으니까 오빠는 어느 정도 친해진 다음에 쓰는 말이래. 처음 보는 사람한테 쓰면 너무 훅 들어오는 느낌이라고. 특히 회사에서는.
안전한 건 이거였어.
이름 뒤에 씨만 붙이면 돼. 나이를 몰라도 되고, 성별도 상관없고, 실수할 일이 없어.
친해지면 그때 상대가 먼저 말해줘. "그냥 오빠라고 해" 하고. 그전까지는 씨가 안전해.
아 근데 이것도 함정이 있는데
씨를 성에만 붙이면 안 돼. 김 씨라고 하면 좀 무례하게 들려.
이름까지 붙여서 김지훈 씨나, 이름만 지훈 씨. 이 둘 중 하나야.
이건 나도 한참 뒤에 알았어. 알려주는 사람이 없으면 계속 틀리는 거지.
드라마로는 안 배워지는 것
솔직히 이게 제일 답답했어.
드라마를 아무리 봐도 누가 누구한테 쓰는지는 안 배워져. 자막이 그 정보를 안 주니까. 오빠도 형도 그냥 이름으로 바뀌거나 'hey'가 되거든.
들리는 소리는 다른데 자막은 같으니까, 뭐가 다른지 알 방법이 없었어.
지금도 처음 만난 사람 앞에서는 이름부터 물어봐. 다들 이렇게 하는 거 맞지?



